영유아가 수은, 비스페놀-A와 같은 환경오염물질에 장기간 노출되면 체중과 신경인지발달에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같은 연령대 영유아보다 평균 체중이 5% 적고 인지 기능이 다소 떨어졌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서울, 천안·아산, 울산 등 4곳에서 모집한 산모와 영유아 723명을 추적·조사한 결과를 8일 공개했다.

당초 산모와 영유아 각각 1천700명을 확보했으나 성장 과정에서 조건을 충족하지 않는 아동은 빠져 최종 대상은 723명이 됐다.

이번 '산모 영유아의 환경 유해인자 노출 및 건강영향 연구'는 코호트 조사로 이뤄졌다. 과학원이 이화여대 의대에 의뢰해 조사했다.

코호트는 연령별로 비슷한 특성이 있는 집단을 대상으로 특정 인자에 노출·비노출된 그룹으로 나눠 질병과의 관계를 역학적으로 분석하는 기법이다.

과학원은 영유아 시기(0∼3세)에 노출된 유해인자가 성장 발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연구했다.

연구 결과, 임신 기간부터 생후 24개월까지 국내 미세먼지(PM10) 연평균 기준(50㎍/㎥) 이상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영유아의 체중은 평균 기준 미만 환경의 영유아보다 약 5% 체중이 적었다. 마이크로그램(㎍)은 100만분의 1그램이다.

두 집단의 체중 차이는 12개월에 360g, 36개월에 720g, 60개월에 1천114g이었다. 전체 영유아의 몸무게 평균은 12개월 10.1㎏, 36개월 14.5㎏, 60개월 19.1㎏이다.

임신 말기 산모의 비스페놀-A 수치가 1㎍L 증가하면 생후 36개월까지 영유아의 평균 동작점수는 1.3점 낮아졌다. 이 연령대의 평균 점수는 94.5점이다. 비스페놀-A는 캔이나 PVC 재질의 용기 등에 많이 들어있다.

수은이 1㎍/L 증가할 때 생후 60개월 아동의 인지점수는 0.91점 낮았다. 이 연령대 평균 점수는 104.4점이다.

인지 및 동작점수는 생후 1∼42개월 영유아의 발달 기능을 파악하는 '베일리 영유아 발달 검사도구'로 측정했다.

이번 연구는 일부 한계도 있다.

영유아의 체중과 인지 기능에는 유전, 식사량, 주거지 등의 요인도 영향을 주므로 유해물질의 영향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 등이다.

하은희 이화여대 의대 교수는 "연구의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경향성과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미세먼지가 체중과 성장 발달, 인지 기능을 저하시킨다는 사실은 국내외 여러 논문에도 소개됐다"고 말했다.

과학원은 미세먼지 감소를 위해 주기적인 청소와 조리시 환기를 권장했다. 유아용품을 사용할 때에는 친환경 상품을 쓰는 게 바람직하다. 장난감 구매시에는 성분과 안전마크를 확인해야 한다.

어린이환경과건강포털(www.chemistory.go.kr), 환경보건포(www.envhealth.go.kr)에 안내 가이드가 게재돼 있다.

유승도 과학원 환경보건연구과장은 "유해인자 노출 수준이 아동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노출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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